
“전력은 정상.”
“안테나는?”
“지난주에 갈았어.”
노아는 작업대 위의 중계기를 내려다봤다. 외부 프레임은 다른 기계에서 뜯어온 부품으로 두어 번 바뀌어 있었고, 회로에는 제조 시기가 다른 부품들이 억지로 이어져 있었다.
“그러면 증폭기.”
작업소 안쪽에서 렌이 고개를 내밀었다.
“열어보지도 않고?”
“그냥. 알아.”
“오 분 늦어놓고 자신감은 좋네.”
노아는 대답하지 않고 드라이버를 집어 들었다.
구도심에서는 아침이 빛보다 소리로 먼저 찾아왔다. 노아가 셔터를 올릴 때쯤이면 벽 안의 낡은 배관이 삐걱거리고, 발전기들이 몇 번씩 기침을 토해냈다. 골목 아래에서는 철문을 끌어올리는 소리가 났고, 옥상에서는 안테나를 만지는 사람들이 서로를 불렀다.
작업소에는 간판이 없었다. 녹슨 볼트 네 개와 햇빛에 덜 바랜 사각형의 흔적만 남아 있었다. 그래도 구도심 사람들은 이곳을 알았다. 중계기가 죽거나, 안테나가 꺾이거나, 연락이 끊긴 곳에 메시지나 물건을 보내야 할 때 찾아오는 곳.
렌이 운영하는 이 작업소에서 노아는 릴레이 러너(Relay Runner)로 일했다. 전선을 잇고, 중계기를 고치고, 신호가 닿지 않는 곳까지 직접 메시지나 물건을 가져갔다. 통신망이 멀쩡한 센트럴 시티에서는 굳이 사람이 할 필요가 없는 일들이 구도심에서는 아직 직업이 됐다.
몇 분 뒤 노아가 덮개 안쪽에서 작은 부품 하나를 집어 들었다.
“탔네.”
렌이 다가와 증폭기를 한번 뒤집어 봤다.
“탄 건 맞고.”
“맞았잖아.”
“그래. 그다음은 왜 탔는지. 때려맞히는 버릇 들면 확인부터 빼먹어.”
노아가 낡은 상자를 열어 호환되는 부품을 찾기 시작했다. 렌이 작업대에 기대며 물었다.
“누가 가르쳤냐, 그 버릇은?”
노아의 손이 잠깐 멈췄다.
“몰라.”
“또?”
“응.”
렌도 익숙하다는 듯 더 묻지 않았다.
노아는 알고 있는 것이 많았다. 전자기기의 기본적인 구조. 옥상 안테나를 어느 각도로 세워야 바람을 덜 타는지. 구형 배터리의 열화를 손끝으로 구분하는 법. 무너진 건물에서 어느 바닥을 밟아서는 안 되는지. 그리고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내는 소리와, 건물이 무너지기 직전에 내는 소리가 어떻게 다른지.
알고 있었다. 그런데 배운 기억은 없었다.
처음에는 그것이 이상했다. 지금은 아니었다. 사람은 자신에게 없는 것에도 익숙해졌다. 한동안 계속 찾다 보면 빈 곳에도 모양이 생겼다. 노아에게 과거는 그런 것이었다.
무언가 빠져 있다는 사실은 알지만, 매일 손가락을 집어넣어 확인할 정도로 새롭지는 않은 구멍.
렌이 낡은 상자를 발로 밀었다.
“교체품 없으면 만들어. 대신 탄 이유부터 봐. 같은 데 두 번 태우지 말고.”
“이미 찾는 중이야.”
“오늘 17번까지 끝내.”
노아가 고개를 들었다.
“수신 불안정한 거?”
“응. 거기 또 죽으면 서쪽 두 블록 돌아야 된다.”
노아는 새로 조합한 증폭기를 들어 보였다.
“이걸로 끝날 거야.”
“확실해?”
“그냥.”
렌이 혀를 찼다.

정오가 조금 지난 뒤 노아는 서쪽 17번 릴레이가 설치된 건물 옥상에 있었다.
낡은 지붕 너머로 센트럴 시티의 고층 건물들이 보였다. 구도심보다 훨씬 높고 매끈했다. 거리로는 멀지 않았지만, 이쪽에서 바라보면 다른 시대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노아는 오래 보지 않았다. 안테나 케이블을 연결하고 휴대용 수신기를 켰다.
“17번 테스트.”
잠시 뒤 이어폰에서 렌의 목소리가 들렸다.
“들린다.”
“레벨?”
“다시.”
노아가 출력값을 올렸다.
“지금.”
“좋아. 그대로.”
그는 덮개를 닫았다. 아래에서는 시장과 정비소, 보건소 사이로 사람들이 움직였다. 망가진 드론 한 대를 둘러싸고 아이 둘이 부품값을 흥정하고 있었다.
구도심은 죽지 않았다. 낡았을 뿐이었다.
노아가 장비를 정리하려는데 다른 채널의 목소리가 섞였다.
“…북부…… 약품……”
“…도로 폐쇄…… 우회……”
릴레이 러너들의 통신이었다. 누군가는 물건을 찾았고, 누군가는 사람을 찾았다. 건물 하나만 돌아가도 끊기는 목소리들을 다른 중계기로 넘기고, 필요하면 사람이 직접 이어주는 것.
노아는 그 일이 싫지도, 좋지도 않았다. 해야 할 일이 있었고, 누군가는 해야 했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해가 질 무렵, 노아는 다시 작업소 옥상에 있었다.
물탱크 옆에 등을 기대고 이어폰을 한쪽 귀에 꽂았다. 업무용 채널에는 별일이 없었다. 남쪽 게이트의 차량 고장, 길을 잃었다가 발견된 아이, 구조 채널을 잘못 누른 취객.
평범한 밤이었다.
노아는 채널을 더 내렸다. 등록되지 않은 대역. 렌은 이런 걸 듣는 노아를 이해하지 못했다.
“죽은 주파수를 왜 듣냐.”
예전에 물은 적이 있었다. 노아도 이유를 몰랐다. 그냥 가끔 들었다. 누구에게 배운 것인지 기억하지 못하는 수많은 습관 중 하나였다.
치직. 짧은 정적.
다시 치직.
낮은 전기음 아래에 아주 희미한 패턴이 섞였다. 노아가 다이얼을 되돌렸다.
치직.
그리고 목소리.
“……들리……면……”
노아가 몸을 일으켰다.
끊겼다.
그는 곧바로 기록 버튼을 눌렀다.
“다시 말해.”
응답은 없었다.
“여기는 Old District Relay(구도심 릴레이). 수신 중이다. 위치를 말해.”
정적.
노아는 화면을 확인했다. 신호 강도는 거의 바닥이었다. 발신 위치는 잡히지 않았고, 등록된 통신 규격과도 맞지 않았다.
그 순간 다시 잡음이 갈라졌다.
“……대답……”
이번에는 한 음절이 더 들렸다. 노아의 표정이 굳었다.
아래층에서 렌이 소리쳤다.
“노아! 문 닫는다!”
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신호는 다시 사라졌다. 오래된 자동신호일 수도 있었다. 고장 난 장비가 수십 년 전에 저장된 음성을 반복하고 있을 가능성이 가장 높았다.
그런데 사람이었다면.
노아는 주파수를 저장했다.
[UNKNOWN(미확인) — 22]
메모를 하나 덧붙였다.
[VOICE(음성) / LOCATION(위치) UNKNOWN(미확인) / RECHECK(재확인)]
이어폰에는 다시 잡음만 남았다.
노아는 장비를 끄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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