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02

UNKNOWN -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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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KNOWN - 22

노아가 작업소에서 UNKNOWN - 22 신호 기록과 불규칙한 시간 간격을 분석하는 장면.

“스물두 번째다. 이번엔 뭐가 달라.”

“이건 달라.”

“뭐가.”

노아가 어젯밤 기록을 재생했다.

치직.

“……들리……면…… 대답……”

끝.

전체 길이는 4.8초였다. 사람의 목소리로 확실히 구분되는 부분은 그중 얼마 되지 않았다.

렌이 팔짱을 꼈다.

“사람 목소리네.”

“응.”

“오래된 구조 신호.”

“그럴 수도 있어.”

“그럼 끝났네.”

“아니.”

노아는 수신 로그를 띄웠다.

[21:43:12]

[21:47:31]

[21:54:08]

“간격이 달라.”

“고장 난 장비면 그럴 수도 있지.”

“타이머 문제면 바뀐 주기로 계속 돌아.”

노아가 기록을 가리켰다.

“이건 주기가 없어.”

렌이 노아를 바라봤다.

노아는 세 기록의 신호 강도를 띄웠다. 시간도 달랐고 바람과 주변 채널 간섭도 달랐는데 값은 거의 같았다.

“오차 0.3.”

“출력이 약해서 그런 거 아니야?”

“발신 위치도 없어.”

“사람이면?”

“그럴 수도 있고.”

“자동신호면?”

“그럴 수도 있고.”

렌이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네 결론은?”

“모르겠어.”

“모른다는 건 알겠네. 그럼 확인은 해봐야지.”

렌은 의자를 끌어와 앉았다. 노아가 주파수 정보를 띄웠다.

“등록 대역 아님. 구조 채널도 아님. 군용 대역은 달라. 옛날 민간 규격하고도 안 맞아.”

“그러니까 정체도 위치도 모르고, 목소리만 있다?”

“응.”

렌은 잠깐 화면을 보다가 말했다.

“오늘 9번 중계기 갈 거였지?”

“응.”

“9번 끝내고 북서쪽 한 번 훑어.”

노아가 렌을 쳐다봤다.

“확인해도 돼?”

“안 된다고 하면 안 갈 거냐?”

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해 지기 전엔 들어와. 사람이든 장비든 확인하기 전엔 혼자 뜯지 말고.”

노아가 북서쪽 산업 구역의 B-04 지하 입구를 향해 이동하는 장면.

9번 중계기 수리는 한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접지선 하나가 거의 끊어져 있었고, 노아는 새 선을 물린 뒤 곧바로 북서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 일대는 구도심에서도 사람이 적었다. 오래전 공장과 물류시설이 몰려 있던 구역이었지만 지금은 빈 건물이 더 많았다. 노아는 몇 블록마다 수신기를 확인했다.

잡음.

또 잡음.

오래된 고가도로 아래에서 그는 멈췄다. 이쯤이면 돌아가도 됐다. 그 순간 이어폰이 짧게 갈라졌다.

치직.

노아가 수신기를 다시 들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화면에도 신호는 잡히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 오른쪽 골목이 신경 쓰였다. 그쪽으로 가야 할 것 같았다. 이유는 없었다. 그냥.

“때려맞히는 버릇…”

노아는 혼잣말하고 오른쪽 골목으로 들어갔다.

길은 곧 무너진 창고에 막혔다. 콘크리트와 철근 사이로 사람이 겨우 지나갈 만한 틈이 남아 있었다. 노아는 벽의 균열과 기울어진 철골을 훑었다. 첫 번째 콘크리트 조각을 밟고, 두 번째는 피하고, 철골 아래로 몸을 숙인 뒤 자연스럽게 오른쪽 벽을 짚었다. 그러다 멈췄다.

‘왜 오른쪽이지?’

왼쪽이 더 멀쩡해 보였다. 균열도 적었다. 노아가 왼쪽 바닥을 발끝으로 두드렸다.

텅.

한 번 더.

텅.

그는 깨진 타일 조각을 집어 던져보았다.

와르르.

바닥 일부가 아래로 꺼졌다. 먼지가 피어올랐고 그 아래로 검은 공간이 드러났다. 노아는 구멍을 내려다봤다. 깊이를 가늠하기 어려웠다. 아래에 구조물이 있는 것 같았지만 빛이 닿지 않았다. 잠시 후 그는 시선을 거두었다. 지금 내려갈 이유는 없었다. 목적은 신호였다.

창고 뒤편의 좁은 서비스 도로로 빠져나오자 이어폰에서 아주 낮은 음성이 섞였다.

“……리……”

노아가 멈췄다.

몇 걸음 더.

“……들리……”

이번에는 분명했다.

길 끝에 낡은 표지판이 있었다. 글자는 대부분 벗겨지고 숫자와 화살표만 남아 있었다.

[B-04]

화살표는 지하를 가리켰다. 노아는 작업소에 통신을 걸었다.

“들려?”

“어디야.”

“9번에서 북서쪽 1.7킬로.”

“거긴 왜 갔냐.”

노아는 지하 계단을 바라봤다.

“신호 잡았어.”

잠깐 정적.

“사람?”

“아직 몰라.”

“밖에서 기다려. 위치만 보내.”

노아는 첫 번째 계단을 내려갔다.

“30분만 볼게.”

“야. 혼자 내려가지 마.”

“응.”

“너 지금 내려가고 있지?”

노아가 통신을 끊었다.

노아가 녹색 비상등이 남은 침수된 B-04 지하 통신 시설을 탐색하는 장면.

지하에는 발목까지 물이 차 있었다. 손전등 불빛 아래 배관과 닫힌 철문, 오래된 안내선이 차례로 지나갔다. 파란색은 보관시설, 노란색은 전력실, 붉은색은 비상구로 이어지는 것으로 보였다.

노아는 수신기를 확인했다. 한 칸. 사라졌다. 다시 한 칸. 그가 벽 쪽으로 움직이자 두 칸, 세 칸으로 올라갔다.

“잡았다.”

복도 끝 철문은 아래쪽이 녹슬어 붙어 있었다. 노아는 가방에서 짧은 지렛대를 꺼냈다. 세 번째 힘을 주자 금속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안쪽은 작은 통신실이었다. 방 구석에서 녹색 불빛 하나가 천천히 깜빡이고 있었다.

다가가자 외형이 심하게 손상된 오래된 비상 송신기가 시야에 들어왔다. 외부 전력선은 죽어 있었지만 내부 비상 셀은 2%를 가리키고 있었다.

“미쳤네.”

노아가 화면을 깨우자 희미한 문자가 떠올랐다.

[EMERGENCY BUFFER(비상 기록 버퍼)]

그 아래 파일 하나가 남아 있었다.

노아는 재생했다.

치직.

“……들리……면…… 대답……”

어젯밤 목소리였다. 노아는 기록 정보를 열었다. 생성 날짜는 손상돼 있었다. 송신 횟수만 남아 있었다.

[1847]

자동 구조 버퍼였다. 오래전에 저장된 구조 요청을 통신 경로가 열릴 때마다 다시 밀어내는 장치. 노아는 낮게 숨을 내쉬었다. 누군가 지금 이 아래에서 구조를 기다리는 것은 아니었다. 미스터리는 생각보다 싱겁게 끝났다. 그런데 마지막 전송 시각이 이상했다.

어젯밤.

그전 기록은 오래전에 끊겨 있었고, 어젯밤 갑자기 다시 시작됐다. 노아는 배선도를 열었다. 죽은 유선망, 끊어진 외부 입력, 그리고 무선 릴레이 입력 하나.

번호 일부가 살아 있었다.

[—17]

노아의 손이 멈췄다. 자신이 어제 수리한 서쪽 17번 릴레이였다.

고장 난 증폭기를 교체하면서 오래전에 끊겨 있던 낡은 경로 하나가 우연히 살아난 모양이었다. 불규칙한 간격도, 비슷한 신호 강도도, 발신 위치가 잡히지 않았던 이유도 설명됐다.

노아는 한동안 화면을 봤다. 설명은 됐다. 그런데 개운하지 않았다. 그는 다시 음성을 재생하고 노이즈를 조금씩 걷어냈다.

치직.

“……들리면…… 대답……”

한 번 더.

“……들리면 대답해…… 아직 아래에……”

잡음이 갈라졌다.

“……사람이 있어……”

그리고 쾅, 하고 낮은 금속음이 들렸다.

기록은 거기서 끊겼다. 젊은 여자의 목소리였다. 어딘가 아직 어린 기색이 남아 있었다. 노아는 목소리보다 그 뒤의 소리를 다시 들었다.

쾅.

아주 짧았지만 알고 있었다. 저건 무언가가 무너진 소리가 아니었다. 무너지기 직전에 나는 소리.

노아는 재생을 멈췄다. 언제 그런 소리를 배웠는지는, 역시 기억나지 않았다. 그때 작업소에서 통신이 들어왔다.

“노아. 삼십 분 됐다.”

노아는 수신기를 들었다.

“응.”

“찾았냐?”

“찾았어.”

“사람이야?”

노아는 천천히 깜빡이는 녹색 불빛을 봤다.

“아니. 옛날 기록.”

“그럼 끝났네. 돌아와.”

노아는 대답하려다 통신실을 다시 둘러봤다. 색색의 안내선들, 물이 고인 복도, 벽 오른쪽을 따라 걸어야 했던 이유, 그리고 이 방. 분명 처음 와본 곳이었다. 그런데 문을 열기 전부터 내부가 이런 모습일 거라고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노아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노아?”

“지금 갈게.”

그는 기록을 복사하고 문을 나섰다. 복도 끝에서 한 번 뒤를 돌아봤다. 녹색 불빛이 천천히 깜빡였다. 신호의 정체는 찾았다. 그런데 이곳을 왜 알고 있는지는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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