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가 붙잡은 팔 아래에서 피부가 다시 솟았다.
“여보, 어디가!”
아내가 남편을 붙잡으며 소리쳤다.
“문에서 떨어져.”
노아가 소리치자 미나가 돌아봤다.
“뭐?”
“떨어져!”
콰앙.
셔츠가 팽팽하게 당겨질 만큼 크게 솟은 한쪽 어깨가 문틀을 밀었다. 진료실 전체가 울렸다. 벽이 흔들리며 콘크리트 가루가 떨어졌다.
아린이 COCORO를 끌어안고 몸을 낮췄다.
“여보!”
남편은 듣지 않았다.
“가야 돼.”
콰직.
문틀 한쪽이 뜯겨 나갔다. 모린이 아내를 끌어당겼다.
“뒤로!”
남편은 벌어진 틈에 몸을 밀어 넣었다. 그 순간 노아는 다시 봤다. 등, 쇄골, 목 아래. 구조가 먼저 생기고 몸이 이끌려갔다.
쾅.
벽이 뚫리고 남편은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진료소 밖에는 아직 해가 조금 남아 있었다. 소리를 듣고 거리로 나온 사람들이 남편의 모습을 보고 비명을 지르며 흩어졌다. 남편 앞에는 노아 일행이 타고 온 바이크가 서 있었다.
그는 돌아가지 않았다. 바이크에 손을 댔다.
끼이이익—
타이어가 바닥을 긁었다. 바이크가 옆으로 밀려 벽에 부딪혔다. 남편은 사이로 지나갔다.
“가야 돼.”
아내가 뒤를 쫓았다.
“여보!”
사이렌은 첫 골목을 벗어나기 전에 들렸다. 순찰 차량 두 대가 길을 막았다.
“정지!”
남편은 멈추지 않았다.
“그 자리에서 멈추세요!”
순찰대원들이 총을 들었다. 아내가 앞으로 나서려 하는 것을 미나가 붙잡았다.
“제 남편이에요!”
“뒤로 가세요!”
“환자예요!”
남편이 차량 앞까지 다다갔다.
“가야 돼.”
“정지!”
노아의 시선이 먼저 움직였다. 오른발, 골반, 등.
“차에서 떨어져요!”
노아가 소리치자 대원 하나가 고개를 돌렸다.
“뭐?”
남편이 차량을 밀었다.
콰지지직.
차체가 옆으로 돌아갔다. 열린 운전석 문을 방패 삼아 서 있던 대원을 그대로 밀어냈다.
“악!”
대원이 바닥을 굴렀다.
“사격!”
탕.
남편의 몸이 뒤로 꺾였다. 아내가 비명을 질렀다.
탕. 탕.
가슴과 어깨에 피가 번졌다. 그러나 쓰러지지 않았다.
노아의 눈에 상처 주변으로 새로운 구조가 몰려드는 게 보였다. 망가진 곳을 복구하는 게 아니었다. 그 옆에 다시 만들었다. 갈비뼈 사이, 총알이 관통한 어깨 뒤, 그리고 복부 안쪽.
“그만 쏴!”
탕.
한 발이 오른쪽 가슴에 들어갔다. 몸이 크게 흔들렸다.
투둑.
피부 아래가 솟으며 셔츠의 어깨선이 터졌다. 가슴 쪽 천까지 길게 찢어지며 비정상적으로 부풀어 오른 몸이 드러났다.
순찰대원 하나가 뒷걸음질쳤다.
“저, 저게 뭐야.”
남편이 다시 일어났다.
“가야 돼.”
그때 골목 뒤에서 더 낮은 사이렌이 울렸다. 외관에 CORD라는 문자가 각인된 검은 승합 차량들이 들어왔다.
“사격 중지!”
차량 뒤쪽 문이 열렸다.
네 발 달린 기체 세 대가 도로로 뛰어내렸다.
철컥.
철컥.
기체들은 낮게 몸을 낮춘 채 곧바로 남편의 좌우와 뒤로 퍼졌다.
“지역 순찰 후퇴.”
“민간인 오른쪽으로.”
“사격선 비워.”
제복이 다른 대원들도 빠르게 흩어졌다. 앞선 기체가 남편의 진로를 가로막자 나머지 둘이 양옆을 좁혔다. 남편이 그대로 걸어가자 세 기체가 동시에 위치를 바꿨다.
COCORO의 눈이 깜빡였다.
“새로운 신호를 수신했습니다.”
아린이 내려다봤다.
“뭐?”
“HOUND-01. HOUND-02. HOUND-03.”
“하운드?”
“송신 식별자 CORD.”
아린이 COCORO를 가까이 끌어당겼다.
“CORD가 뭔데?”
“Central Operations for Response to Divergence(중앙 변이 대응 작전국).”
“……너 지금 저 사람들 시스템에 들어간 거야?”
“아닙니다.”
“그럼 어떻게 알아.”
“저 기체들이 수신하는 신호를 저도 수신하였습니다.”
아린이 주변을 살피며 목소리를 낮췄다.
“그, 그건 저 사람들이 들으면 안 될 것 같은데...”
“음량을 낮추겠습니다.”
“그 얘기가 아니야.”
한 대원이 노아 일행 쪽으로 왔다.
“전부 차량으로 이동합니다.”
아내가 몸을 뺐다.
“제 남편이에요!”
“가족분 되십니까?”
“저 사람, 사람 안 해쳐요!”
미나가 말했다.
“의료진?”
“저랑 모린이요.”
대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타세요.”
무전이 들렸다.
“Active Divergence(활성 변이) 확인. 서진 유지.”
아린이 작게 중얼거렸다.
“Divergence(변이)…….”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남편은 길을 쓰지 않았다. 골목이 꺾이면 벽을 뚫었고, 차량이 막으면 밀었다. 담장이 있으면 넘었다. 총격 뒤부터는 보폭까지 달라졌다. 하체의 구조가 늘어날수록 한 걸음이 길어졌다. 착지할 때마다 바닥이 울렸다.
HOUND 세 대가 그 속도를 따라붙었다. 한 대가 앞을 막으면 둘이 좌우로 벌어졌다. 남편이 벽을 뚫으면 대형도 그대로 꺾였다. 기체들은 낮게 달리며 일정한 거리를 무너뜨리지 않았다.
그러나 남편은 그들이 만든 길을 쓰지 않았다. 그가 지나간 자리에는 거의 직선의 파손 흔적만 남았다.
후방 차량 안에서 아린이 창밖을 봤다.
“저거 그냥 지름길만 타는 거 아냐?”
COCORO가 대답했다.
“예.”
“예?”
“거리 기준으로 가장 짧은 경로입니다.”
“건물 뚫고 가는 것도?”
“예.”
잠시 후.
“매우 파괴적인 지름길입니다.”
아린이 한숨을 쉬었다.
“그건 말 안해도 알 거 같아.”
맞은편의 CORD 대원이 짧게 물었다.
“사람을 직접 공격한 적 있습니까?”
아내가 고개를 저었다.
“없어요.”
“확실해요.”
미나가 말했다.
그 뒤로 대원은 더 묻지 않았다. 무전에만 귀를 기울였다.
“대상 속도 증가. 대인 공격성 미확인.”
“HOUND-02 선행.”
“전방 두 블록 비워.”
차량이 크게 흔들렸다.
창밖으로 남편이 다시 보였다. 몸은 더 커져 있었고 찢어진 셔츠는 허리와 한쪽 팔에만 걸려 있었다.
보폭은 이미 사람의 것이 아니었다. 남편이 낮은 벽을 넘어 착지하자 콘크리트 일부가 무너졌다. HOUND들도 동시에 몸을 낮췄다. 앞선 한 대가 진로를 좁히고 두 대가 뒤에서 벌어졌다 붙었다 하며 측면을 닫았다. 사람이 뛰어서는 유지할 수 없는 거리였다.
아내가 창문에 손을 댔다.
“여보…….”
COCORO가 말했다.
“신호 강도 증가.”
아린이 단말을 봤다.
“얼마나?”
“진료소 이탈 시점 대비 181퍼센트.”
“계속?”
“예.”
아린이 남편을 바라봤다.
“몸도 계속 커지고 있고.”
“예.”
잠시 뒤.
“시각적으로도 그렇습니다.”
아린이 눈을 감았다.
“고마워.”
노아는 창밖을 계속 보고 있었다. 이제 조금 알 것 같았다. 살이나 뼈가 보이는 게 아니었다. 그 안에서 새로 만들어지는 구조만 보였다. 기계를 볼 때와 비슷했다. 어디가 힘을 받고, 어디로 하중이 넘어가고, 무엇이 다음 움직임을 위해 먼저 만들어지는지.
Veil이 몸 안에 만든 구조. 항상 그것이 먼저였다. 새로운 지지점. 힘이 모이는 곳. 움직임이 지나갈 길. 그리고 그다음에 몸이 따라갔다.
노아는 남편이 왼쪽 건물에 부딪히기 전에 먼저 그쪽을 봤다.
콰앙.
벽이 터졌다. 미래를 본 게 아니었다. 움직이기 전에, 몸 안에서는 이미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었다.
강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너머로 센트럴의 불빛이 길게 이어져 있었다. 구도심과 센트럴을 잇는 연결교. CORD의 무전이 빨라졌다.
“이동 방향 유지.”
“연결교 남단 봉쇄.”
“교각 접근 통제.”
앞서가던 차량들이 갈라지며, HOUND의 대형도 바뀌었다. 선두 기체가 옆으로 빠지고 두 대가 넓게 벌어졌다. 다리 입구의 차단선이 완성되자 세 기체는 남편의 뒤와 측면에 남았다. 앞에는 방벽과 총구, 뒤에는 HOUND.
후방 차량이 속도를 줄였다.
“여기서 내리지 마세요.”
대원은 다시 무전에 집중했다.
남편이 어둠 속에서 나타났다. 이제 사람의 실루엣이라고 부르기 어려웠다. 상체 여기저기가 크게 솟아 있었고 등과 옆구리가 비정상적으로 넓어져 있었다. 총상에서 흘러내린 피가 몸을 타고 굳어 있었다.
“거리 200.”
“사격 준비.”
“하체 우선.”
“관절축 분산.”
노아가 고개를 들었다. 대원들이 겨누는 위치가 보였다. 무릎. 골반. 발목. 자기가 보고 있는 곳과 일부 겹쳤다. 하지만 저들은 다른 방식으로 알고 있었다. 경험으로.
남편이 차단선에 접근했다.
“정지!”
“가야 돼.”
“정지!”
한 걸음.
“사격.”
총성이 밤을 찢었다.
타타타탕—
남편의 하체가 무너지며 무릎이 땅에 닿았다.
아내가 비명을 질렀다.
“안 돼!”
CORD의 사격은 짧고 정확했다. 양쪽 무릎, 발목, 골반. 몸을 지탱하는 곳만 반복해서 무너뜨렸다.
남편이 앞으로 쓰러지며 총성이 멎었다.
“대상 정지.”
“유지.”
몇 초가 지났다. 노아는 환자의 다리를 보고 있었다. 허벅지 바깥에 새 구조가 생겼다. 무너진 무릎을 비켜 내려가 발목까지 이어졌다. 이제는 알았다. 저 구조가 보이면 다음 움직임도 읽을 수 있었다.
“일어난다.”
아린이 돌아봤다.
남편이 손을 짚었다. 몸이 다시 올라왔다.
“대상 재기립!”
“보강 확인!”
총구들이 다시 올라갔다. 하지만 노아의 시선은 이미 왼쪽으로 가 있었다. 남편의 골반 안쪽에서 힘의 길이 새로 생겼다. 차단선 쪽이 아니었다.
남편이 몸을 틀었다.
“좌측 이동!”
“강변 우회!”
그는 난간으로 갔다.
콰직.
철제 난간이 뜯겨 나갔다. 남편은 그 아래로 내려갔다.
“하단 이동!”
“강 진입 가능성!”
“수변팀 차단!”
HOUND 두 대가 곧장 비탈 위를 따라 꺾어 내려갔고, 나머지 한 대가 다리 아래쪽으로 선회했다.
아린이 COCORO를 봤다.
“코코로.”
“예.”
“저 사람 센트럴로 가려는 거야?”
잠시 후.
“아닙니다.”
“확실해?”
“이동 방향에 변화가 없습니다.”
남편은 다리 아래쪽 강변 길로 내려가고 있었다.
“차단선을 피한 것이 아닙니다.”
“그럼?”
“원래 그쪽이었습니다.”
아린이 입을 다물었다.
“CORD의 봉쇄선은 잘못되었습니다.”
아린이 목소리를 낮췄다.
“그건 굳이 그렇게 크게 말하지 마.”
“음량을 낮추겠습니다.”
CORD의 대응은 즉시 바뀌었다.
“센트럴 도하 전에 제압.”
“하단팀 전진.”
“사격각 확보.”
총성이 다시 터졌다.
이번에는 위에서 아래였다. 남편의 등이 흔들렸다. 다리가 꺾이며 강둑 비탈을 굴렀다. HOUND들이 아래쪽으로 퍼져 다시 이동로를 좁혔다.
남편은 손을 짚었다.
“거기.”
한쪽 다리를 끌면서 앞으로 갔다.
“가야 돼.”
아내가 차량 문을 붙잡았다. 미나도 창밖으로 남편의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 순간. 어떤 이미지들이 미나의 머리 속으로 흘러 들어왔다.
차가운 금속. 강바람. 손바닥 아래에서 부드러운 털이 움직였다. 봉지가 바스락거렸고 작은 몸이 손에 기대왔다. 그리고 흙.
미나가 숨을 삼켰다.
“저 사람.”
모린이 돌아봤다.
“왜.”
“강을 건너려는 게 아닌 것 같아.”
“그럼 어디.”
“……모르겠어.”
남편은 강가가 아니라 조금 옆으로 갔다. 잡초가 자란 좁은 땅. 오래된 나무 옆, 낮게 무너진 난간. 작은 흙무더기.
아내가 얼어붙었다.
“……여기.”
남편이 멈췄다.
몸을 굽히려 했지만 제대로 접히지 않았다. 결국 한 손으로 땅을 짚었다. 손가락이 흙에 닿았다.
굵게 변해버린 목소리가 들렸다.
“거기…… 있니……?”
아내의 눈물 차오른 눈이 흔들렸다.
“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가 창문에 이마를 댔다.
“여기였지.”
남편은 그 이후 아무 말이 없었다. 그는 흙 위에 손을 올려놓았다. 그것뿐이었다.
COCORO가 말했다.
“신호 강도 291퍼센트.”
잠시 후.
“291.”
몇 초 뒤에도.
“291.”
아린이 고개를 들었다.
“멈췄어?”
“증가는 멈췄습니다.”
남편의 몸에는 여전히 작은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노아가 보는 구조에도 변화가 없었다. 새로운 힘의 길이 생기지 않았다. 다음 움직임이 없었다. 노아는 이제 그 차이를 알 수 있었다.
주변의 HOUND들도 거리를 유지한 채 멈췄다. 기계 세 대가 작은 흙무더기를 중심으로 낮게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COCORO가 한동안 남편을 바라보다 말했다.
“도착한 것 같습니다.”
아린이 작게 말했다.
“응?”
잠시 뒤.
“잘 도착했습니다.”
아린이 COCORO를 내려다봤다.
“잘?”
COCORO의 눈이 한번 깜빡였다.
“현재 상황에 부적절한 표현입니까?”
아린은 다시 밖을 봤다. 피투성이의 남편. 흙무더기. 그 주위를 둘러싼 세 마리의 기계. 그리고 그 너머의 총구들.
“……모르겠다.”
멀리서 차량 한 대가 빠르게 접근하며 CORD의 무전이 다시 한 번 바빠졌다.
“지휘 차량 접근.”
“남측 통로 개방.”
차량이 차단선 뒤에 멈췄다.
차량 문이 열리자 금발을 뒤로 묶은 남자가 내렸다. 다른 CORD 대원들과는 조금 다른 전투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다. 뒤이어 내린 대원이 그의 손에 긴 장비를 건넸다. 무거워 보였고, 길었다.
대원 하나가 그 남자에게 달려왔다.
“지휘관.”
남자는 강 아래를 보며 물었다.
“상황.”
“대상 정지. 변이는 계속됩니다.”
“피해.”
“경상 둘. 민간인 중상 없습니다.”
남자의 시선이 작은 흙무더기 앞에 웅크린 거대한 몸에 멈췄다.
“왜 멈췄지?”
“……알 수 없습니다.”
잠시 후. 남자가 긴 장비를 고쳐 잡았다. 그리고 그는 강변으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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