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삐—
진료소 문을 열자 경고음과 타는 냄새가 한꺼번에 밀려왔다.
“여기!”
모린이 복도 끝에서 손을 들었다. 노아는 상황을 한번 훑었다. 검게 탄 판독기, 깜빡이는 조명, 침대에 묶인 채 몸을 떠는 환자, 그 옆에서 스트랩을 붙잡고 있는 미나와 아내. 표정이 바로 굳었다.
“뭐부터 보면 돼요?”
“전원! 저쪽!”
노아는 가방을 내려놓고 곧바로 분배함으로 붙었다. 아린은 입구 밖에 멈춰 있었다.
침대가 한번 크게 흔들렸다.
쿵.
아린의 어깨가 움찔했다.
“저…….”
손에 든 단말을 더 세게 쥐었다. COCORO는 아린 옆에서 환자가 있는 방향을 보고 있었다. 노아가 분배함 덮개를 열었다.
“다른 장비는요?”
“센트럴 건 살아 있어!”
“보호 들어갔어요?”
“응!”
“그럼 이 라인부터 끊을게요.”
안쪽에서 미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수치 또 올라가!”
노아가 고개를 들었다. 미나는 침대 옆에서 스트랩을 붙잡은 채 화면을 보고 있었다.
“미나 씨?”
미나가 잠깐 돌아봤다. 노아를 알아본 놀람이 스쳤지만 바로 환자 쪽으로 시선이 돌아갔다.
“노아, 일단 전원부터 봐줘!”
“알겠어요.”
노아는 더 묻지 않고 분배함으로 붙었다.
그제야 미나는 입구 쪽에 서 있는 아린과 COCORO를 봤다. 처음 보는 여자와 그 옆에 낡은 흰 기계가 있었다.
모린도 짧게 고개를 돌렸다.
“저쪽은 누구고, 저건 뭐야?”
아린이 두 사람의 시선을 한꺼번에 받자 어깨가 굳었다.
“아, 저, 저는 아린이고요. 얘, 얘는—”
“COCORO입니다.”
COCORO가 먼저 말했다. 모린의 눈썹이 올라갔다. 미나도 잠깐 말을 잊었다.
“……말하네.”
아린이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 그게 좀 긴데요.”
그 순간 COCORO의 동체와 눈이 환자가 있는 쪽으로 돌아갔다.
“요청을 수신했습니다.”
아린의 표정이 바로 바뀌었다.
“뭐?”
단말을 내려다봤다. 화면의 수치가 빠르게 올라가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의 어색함이 사라지고 손이 먼저 움직였다.
“여기 맞아요.”
미나가 다시 환자 쪽으로 붙으며 물었다.
“뭐가!”
아린이 화면을 들었다.
“신호요. 찾던 신호가 여기서 나오고 있어요.”
“어디서?”
아린이 환자를 봤다. 침대에 묶인 낯선 환자의 몸이 다시 크게 들썩였다. 아린의 말끝이 한번 막혔다.
“……저 사람한테서요.”
COCORO가 말했다.
“송신원은 해당 Neural Veil로 추정됩니다.”
모린이 환자의 팔을 누른 채 고개를 들었다.
“잠깐. 사람의 Veil이 직접 신호를 보내?”
“예.”
“어디로?”
COCORO가 잠시 멈췄다.
“확인할 수 없습니다.”
아린이 빠르게 덧붙였다.
“근데 코코로가 지하에서 보냈던 거랑 같은 계열이에요.”
미나가 COCORO를 한번 봤다.
“얘도 이걸 보냈다고?”
“네. 어제요.”
삐삐—
아린의 단말이 다시 울렸다. 그녀가 화면을 확인했다.
“출력 더 올라가요!”
[UPSTREAM SEARCH(상위 연결 검색)]
모린은 더 묻지 않았다.
“좋아. 설명은 나중에. 신호 계속 볼 수 있는 거지?”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만으로도 긴장해 있던 아린이 이번에는 바로 대답했다.
“네. 볼 수 있어요.”
“그럼 계속 봐줘.”
“네.”
노아는 분배함 안의 탄 접점을 분리했다.
“이거 바로 복구는 안 돼요!”
모린이 환자의 다리를 누르며 말했다.
“얼마나!”
“십 분!”
“십 분은 없어. 최대한 빨리!”
노아가 배선을 빠르게 훑었다.
“임시로 우회할게요. 센트럴 장비부터 살려놓을게요.”
“해!”
노아의 손이 움직였다. 그때.
끼익.
침대 쪽에서 금속이 우는 소리가 났다. 노아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스트랩 고정부가 휘고 있었다.
“저거 오래 못 버텨요!”
미나가 돌아봤다.
“뭐가?”
“고정부요! 계속 당기면 빠져요!”
모린이 바로 확인했다.
“하나 더 묶어!”
아내가 울먹이며 말했다.
“어디를요?”
“여기! 이쪽 잡아요!”
미나가 보조 스트랩을 당겼다. 환자의 다리가 움직였다. 발목. 종아리. 무릎.
노아의 시선이 그쪽에서 멈췄다. 이상했다. 아니, 너무 정확했다.
“잠깐.”
미나가 노아를 봤다.
“왜?”
노아는 환자의 다리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저거 경련 아니에요.”
“뭐?”
“같은 순서예요.”
환자의 발목이 다시 움직였다. 노아의 목소리가 빨라졌다.
“또 온다.”
종아리. 무릎.
아린이 숨을 삼켰다.
“……또 똑같아요.”
미나는 화면을 확인했다.
“운동 패턴이 바뀌고 있어.”
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침대의 고정부를 볼 때와 비슷한 감각이 환자의 다리에서도 걸리고 있었다. 힘이 어디서 시작되고 어디로 넘어가는지. 사람인데, 기계를 볼 때처럼.
남편의 경련이 갑자기 멈췄다. 방 안의 사람들이 동시에 굳었다. 경고음만 남았다.
삐. 삐. 삐.
아내가 조심스럽게 남편을 불렀다.
“여보?”
반응이 없었다.
“여보.”
남편의 눈이 천천히 열렸다. 아내가 숨을 들이켰다.
“괜찮아?”
남편은 잠시 천장을 바라봤다. 눈동자가 움직였다. 아내. 미나. 모린. 낯선 남자와 여자. 그리고 자기 몸을 내려다봤다.
“……응.”
목소리는 놀랄 만큼 편안했다. 미나가 바로 침대 쪽으로 붙었다.
“움직이지 마세요!”
남편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봤다.
“왜요?”
“아직 끝난 거 아니에요.”
“아.”
그는 별다른 불만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아내가 그의 얼굴을 살폈다.
“어디 아픈 데 없어?”
“없어.”
“진짜?”
남편은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웃었다. 아주 작게.
“이상하게… 편하네.”
아내의 표정이 굳었다.
“뭐가?”
“그냥.”
남편은 천천히 숨을 들이마셨다.
“머리가… 조용해.”
미나는 화면을 봤다.
심박 정상. 호흡 정상. 산소 포화도 정상. 피로도 정상. 모든 수치가 거의 이상적이었다. 그런데 Neural Veil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있었다.
[ADAPTIVE RESPONSE ........ ACTIVE]
남편이 손을 움직였다. 스트랩이 당겨졌다.
끼익.
미나가 바로 말했다.
“아직 움직이지 마세요!”
남편이 손을 멈췄다.
“이거 풀어주시면 안 됩니까?”
“안 돼요.”
“왜요?”
목소리에 짜증은 없었다. 정말 궁금해서 묻는 것 같았다.
“몸이 아직 안정된 게 아니에요.”
남편은 자기 손을 봤다.
“전… 괜찮은데요.”
아내가 말했다.
“조금 전까지 경련했어.”
“…그래?”
그는 그 말을 남의 이야기처럼 들었다.
“기억 안 나?”
“응.”
그리고 다시 웃었다.
“근데 지금은 괜찮아.”
그가 손가락을 폈다. 손등 아래에서 희미한 빛이 움직였다. 미나의 표정이 굳었다.
“손 움직이지 마세요!”
아린도 보았다. 숨을 들이마시다 그대로 멈췄다.
“저…… 저거 뭐예요?”
미나가 손목을 뚫어지게 봤다.
“Veil 입자……일 수도 있어.”
“저렇게 보여요?”
“나도 책에서만 봤어. 한곳에 집중되면 보일 때도 있다고.”
아린은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피부 아래의 작은 입자들이 손목 주변으로 모였다. 잠시 뒤 윤곽이 달라졌다.
아내가 숨을 삼켰다.
“뭐가…… 생기는 거예요?”
모린이 즉시 그녀 앞을 막았다.
“뒤로 가요.”
“싫어요.”
“지금은 뒤로!”
아내가 움찔했다. 모린은 침대와 아내 사이에 섰다.
“미나. 저거 보여?”
“응.”
손목 옆쪽 피부가 아주 조금 솟아나고 있었다. 부종처럼 둥글지 않았다. 단단한 실선들. 피부 아래에 기존 뼈의 방향과 다른 가느다란 지지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하나. 그 옆에 또 하나. 노아도 어느 순간 그쪽을 보고 있었다. 손목에서 시작된 힘. 팔꿈치. 어깨. 서로 맞물리지 않는 구조.
“저건 대체…….”
미나가 노아를 봤다.
“뭐가 보여?”
노아는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기계 프레임을 볼 때처럼 환자의 몸 안에서 이상한 선들이 느껴졌다. 단단해진 곳. 그 때문에 더 약해지는 곳. 그리고 그 약한 곳을 다시 채우기 위해 모여드는 것.
“또 만들고 있어요.”
“뭘?”
“모르겠어요.”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편의 어깨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 피부 아래에서 새로운 선 하나가 생기며 살이 부풀어 오르는 게 보였다. 기존 쇄골 아래. 그것과 거의 나란히. 하지만 같은 자리는 아니었다.
아내가 다시 남편을 불렀다.
“여보…….”
남편이 그녀를 봤다.
“왜.”
여전히 평온했다.
“아픈 데 정말 없어?”
“응.”
“무섭지도 않아?”
남편은 잠시 생각했다.
“이상하게…….”
방 안의 누구보다 편안한 얼굴이었다.
“아무렇지도 않아.”
그 순간 스트랩이 크게 당겨졌다.
끼이익—
아린이 움찔하며 COCORO 쪽으로 반걸음 물러났다. 남편은 아래를 봤다.
“이거 불편한데……”
미나가 말했다.
“건드리지 마세요!”
“그냥 누워 있어요!”
모린도 침대 쪽으로 붙었다. 남편은 두 사람을 번갈아 봤다. 남편은 잠시 미나를 바라봤다. 이전 같으면 이유를 물었을 것이다. 왜 그래야 하는지, 언제까지 그래야 하는지, 그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는 스트랩을 내려다보다 말했다.
“그냥 일어나고 싶어요.”
처음이었다.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것을 말했다. 화면의 두 파형이 움직였다. 미나가 반사적으로 돌아봤다.
갈라져 있던 선들이 빠르게 가까워졌다.
“이건.”
[LOCAL BASELINE(로컬 기준선) ........ RESOLVING(수렴 중)]
그 직후 다른 항목이 튀어 올랐다.
[ADAPTIVE RESPONSE ........ INCREASING(증가)]
미나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
“안 돼.”
모린이 물었다.
“뭐가!”
“기준이 잡히는데 적응 반응이 더 올라가!”
“그게 무슨 뜻이야?”
미나는 남편을 봤다. 너무 편안한 얼굴.
“정상적으로 잡히는 게 아니야.”
순간 남편이 팔에 힘을 줬다.
쾅.
스트랩 고정부 하나가 뜯기며 팽팽했던 스트랩이 옆으로 튕겼다. 근처 장비 하나가 바닥으로 넘어졌다.
“여보!”
노아가 바로 앞으로 나섰다.
“뒤로 가세요!”
그가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구분할 여유도 없었다. 모린도 아내를 잡아 끌었다.
“뒤로!”
남편은 놀란 얼굴로 뜯어진 금속을 봤다.
“어.”
그리고 아주 평범하게 말했다.
“미안합니다.”
남은 스트랩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움직이지 마세요!”
미나가 소리쳤다. 하지만 남편이 몸을 옆으로 틀자 금속 프레임이 비틀렸다.
끼이익—
노아는 침대와 사람들 사이로 한 걸음 들어갔다. 환자의 어깨 아래에서 또 하나의 단단한 윤곽이 솟았다. 기존 골격을 따라가는 구조가 아니었다. 비슷한 역할을 하는 무언가가 그 옆에 하나 더 생기고 있었다. 노아의 눈에는 그 구조가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필요 없는 보강. 겹치는 지지점.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당기는 힘. 그런데 무너지지 않았다. 새로운 구조가 생길 때마다 다음 구조가 또 그것을 받쳤다. 끊임없이.
아린의 단말이 울렸다.
삐삐—
그녀는 깜짝 놀라 화면을 떨어뜨릴 뻔했다.
[UPSTREAM SEARCH ........ ACTIVE]
[ADAPTIVE RESPONSE ........ INCREASING 184%]
“코코로.”
목소리가 떨렸다.
“얼마나 올라가는 거야?”
COCORO가 대답했다.
“종료 조건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아린의 얼굴이 굳었다.
“종료…… 조건이 없다고?”
남편이 마지막 스트랩을 잡았다. 미나가 소리쳤다.
“하지 마세요!”
모린이 바로 아내 쪽으로 움직였다.
“뒤로 가요!”
노아는 환자의 팔과 침대 고정부를 번갈아 봤다. 스트랩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버클 쪽 금속이 비틀리기 시작했다. 노아의 시선이 스트랩 끝에 고정됐다.
“저거 튀어요. 뒤로!”
그런데 남편은 그들을 이상하다는 듯 바라봤다. 눈빛은 평온했다.
“괜찮아요.”
그리고 당겼다.
퍽.
마지막 버클이 뜯겨 나가는 순간 스트랩이 또 채찍처럼 튕겼다.
“숙여!”
노아가 외쳤다.
미나가 아내의 어깨를 끌어내렸다. 금속 버클이 둘의 머리 위를 스치듯 지나가 벽면 수납장에 처박혔다.
쾅.
모린은 반대편으로 몸을 틀어 튀어 오는 스트랩을 피했다. 아린은 비명을 삼키며 COCORO를 끌어안고 뒤로 주저앉았다.
수납장 문이 크게 찌그러졌다.
잠시 아무도 움직이지 못했다. 그 한가운데서 남편만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첫발을 바닥에 내디뎠다. 발목이 휘청였다. 노아의 시선이 그곳에 꽂혔다.
“저건.”
피부 아래에서 빛이 움직였다. 뼈 옆으로 가느다란 구조 하나가 자라났다. 발목이 바로 섰다.
노아의 표정이 굳었다.
두 번째 걸음은 흔들리지 않았다.
아내는 입을 틀어막은 채 남편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린은 COCORO 옆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미나는 화면과 남편의 몸을 번갈아 봤다. 모린은 이미 다음 움직임에 대비해 침대에서 적당히 떨어져 서 있었다. 그들 가운데 남편만 평온했다.
남편은 자기 두 발을 내려다봤다. 그리고 남은 판독장비의 선들을 하나씩 떼어내며 아주 작게 웃었다.
“이제 괜찮은 것 같아요.”
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환자의 몸 안에서는 아직도 새로운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기존의 뼈와 살이 그 형태를 견디지 못한 채 뒤틀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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