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아침.”
“취소-”
접수대 직원이 웃었다. 손은 이미 화면 위 예약표를 익숙하게 밀고 당기며 분주히 정리하고 있었다.
“왜, 몇 명인데?”
“오전 열둘-”
미나가 가방을 내려놓다 멈췄다.
“오전만?”
“응- 두 명 취소된 게 그거야-”
미나는 업무 단말을 켜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아침 취소.”
“그건 인정- 커피부터 마셔. 지금 아니면 못 마셔.”
미나가 일하는 곳은 센트럴 시티 주거 구역의 작은 진료소였다. 대형 의료센터처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자동 문진, 생체 데이터 분석, 약품 관리, 응급 이송망까지 필요한 것은 대부분 갖춰져 있었다. 구도심에서 자란 미나에게는 처음에 그게 가장 낯설었다. 필요한 것이 필요할 때 있다는 것.
오전은 빠르게 지나갔다. 발목을 접질린 학생, 두통이 있다는 회사원, 정기 검사 결과를 보러 온 노인, 손바닥을 베인 아이.
미나는 아이의 손을 잡고 상처를 살폈다.
“많이 아파?”
아이는 눈물이 고인 채 고개를 저었다.
“진짜?”
다시 고개를 저었다. 옆에 있던 아버지가 말했다.
“아까는 죽는다고 하더니.”
“아빠.”
미나는 웃음을 참으며 소독제를 준비했다.
“그 정도면 안 죽어.”
아이가 미나를 바라봤다.
“확실해요?”
“지금은.”
아이의 얼굴이 다시 굳었다. 아버지가 웃으며 말했다.
“겁주지 마세요.”
“농담이에요.”
미나는 작은 패치를 붙였다.
“끝.”
“주사 안 맞아요?”
“맞고 싶어?”
아이가 황급히 손을 뒤로 숨겼다.
“괜찮아요.”
아이와 아버지가 나가자 자동 기록 장치가 처치 내용을 정리했다. 미나는 화면을 확인하고 승인만 했다. 편했다.
구도심에서는 이런 기록 하나도 사람이 직접 남겨야 했다. 여기서는 시스템이 대부분의 일을 놓치지 않았다. 좋은 시스템이었다. 미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정말로.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뒤, 미나는 늦은 점심을 사 들고 건물 옆 광장을 건너고 있었다.
앞쪽에서 짧은 충돌음이 났다.
툭.
소형 운송 카트가 급정지했고 중년 남자 하나가 바닥에 주저앉았다. 미나는 종이 봉투를 떨어뜨렸다. 생각할 틈도 없이 이미 몸이 움직이고 있었다.
“괜찮으세요?”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미나는 옆에 무릎을 꿇고 목 옆에 손가락을 댔다. 맥박은 있었다. 호흡은 불규칙했다.
“응급 호출 들어갔어요.”
누군가 말했다.
“의료팀 2분 안에 온대요.”
“알아요.”
미나는 남자의 손끝을 봤다. 미세한 경련. 단말을 가까이 대자 공개 응급 정보가 떠올랐다.
[알레르기 없음. 심혈관 질환 기록 없음. 최근 치료 기록 없음.]
“들리세요? 제 목소리 들리면 눈 떠보세요.”
반응은 없었다. 미나는 남자의 손을 잡았다.
“괜찮아요. 곧 사람들 와요. 그러니까 그냥 숨 쉬어요.”
몇 초 뒤 응급 차량의 경고음이 들렸다. 의료팀이 도착하자 미나는 바로 상태를 넘겼다.
“의식 없었어요. 맥박은 유지됐고 호흡이 불규칙했습니다. 손끝에 약한 경련 있었고요.”
“감사합니다.”
환자가 실려 가고 나서야 미나는 길 건너편을 봤다. 떨어뜨린 종이 봉투에서 음료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아.”
“그러니까 네가 뛸 필요 없었다니까- 호출 들어갔고, 의료팀 2분- 그리고 네 점심은 길바닥에 버려졌고-”
직원이 새 샌드위치를 미나 앞으로 밀고 포장지를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알아.”
“호출 들어간 건 들었잖아.”
“응.”
“2분이면 도착했고.”
“응, 들었어.”
“근데 넌 왜 먼저 뛰어가냐고.”
미나는 샌드위치를 한입 베어 물고 대답하지 않았다.
“직업병이야, 아니면 원래 그래?”
“아마도.”
“구도심에선 다들 그래?”
미나의 손이 아주 잠깐 멈췄다.
“뭐가.”
“사람 쓰러지면 일단 달려가?”
“아니.”
미나는 샌드위치를 들고 조물딱거렸다.
“안 뛰어가는 사람도 많아.”
“그럼 그냥 네 버릇이네.”
미나가 작게 웃었다.
“그럴지도.”
직원은 더 묻지 않았다.

퇴근길에 미나는 작은 전자상점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치직.
진열대의 낡은 스피커에 연결된 수신기에서 잡음이 흘렀다.
치지직.
특별할 것 없는 소리였다. 그런데 아주 오래전에 들어본 것 같았다. 누군가의 옆에서. 어두운 곳에서. 아니면 바람이 부는 옥상에서. 미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다 수신기를 봤다.
검은 외장은 벗겨져 있었고, 한쪽 모서리는 깨져 있었다. 다이얼 숫자 몇 개는 손때에 닳아 거의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 오래 쓴 물건이었다.
미나는 길을 건넜다.
“이거 팔아요?”
상점 주인이 고개를 들었다.
“어떤 거요?”
“이거.”
“부품 빼려고 놔둔 건데. 수신도 제대로 안 돼요.”
마치 증명하듯 잡음이 흘렀다.
치직.
“괜찮아요.”
“고칠 줄 알아요?”
“아뇨.”
“그럼 왜 사요?”
미나는 엄지로 다이얼 옆의 때를 문질렀다. 원래의 검은 표면이 조금 드러났다.
“그냥요.”
주인은 이해하지 못한 얼굴로 가격을 말했다. 미나는 결제했다.

집으로 돌아와 미나는 수신기부터 꺼냈다.
현관 옆 낮은 선반에는 비슷한 물건들이 있었다. 모서리가 닳은 필름 카메라, 바늘이 조금 휘어진 탁상시계, 손바닥만 한 카세트 플레이어. 오래됐고 대부분 완전하지 않았지만 먼지는 없었다.
미나는 수신기의 틈에 낀 먼지를 털어냈다. 손잡이 한쪽은 유난히 닳아 있었고 다이얼의 특정 구간에만 손때가 깊게 배어 있었다. 누군가는 자주 이 수신기를 들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같은 주파수를 여러 번 찾았을 것이다. 누구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미나에게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고 해서 없었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었다. 먼지를 닦아낸 뒤 전원을 켰다.
치직.
미나의 손이 멈췄다.
치지직.
잡음뿐이었다. 그녀는 전원을 끄고 수신기를 필름 카메라와 탁상시계 사이에 올려놓았다. 새로운 자리가 생겼다.
창밖에는 센트럴 시티의 불빛이 이어져 있었다. 그 끝 너머, 도시의 빛이 약해지는 방향에 구도심이 있었다.
손목 단말이 짧게 울렸다.
[내일 근무 일정 변경.]
미나는 확인하려다 연락처 화면을 열었다. 손가락이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한 줄에서 멈췄다.
[노아]
전화도, 메시지도 누르지 않았다. 화면이 자동으로 어두워졌다. 조금 전 꺼둔 수신기는 아무 소리도 내지 않았다.
그래도 그 이름은 화면이 꺼진 뒤까지 한동안 눈앞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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