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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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dio Haze

센트럴 시티 진료실에서 미나가 환자의 구형 다리 보조 장치를 검사하는 장면.

“이거 언제부터 쓰셨어요?”

“오래됐지.”

“얼마나요?”

작업복 차림의 중년 남자는 잠시 생각했다.

“십오 년?”

미나는 남자의 오른쪽 다리에 붙은 보조 장치를 내려다봤다. 외장은 여러 번 교체된 흔적이 있었고 연결 포트는 센트럴에서 쓰는 규격과 달랐다.

“교체한 적은요?”

“돈 많아 보여?”

미나는 잠시 남자를 바라봤다.

“음, 안 많아 보여요.”

남자가 피식 웃었다.

“솔직해서 좋네.”

업무 단말을 연결했다.

[지원되지 않는 인터페이스]

한 번 더. 같았다. 옆에 있던 직원이 화면을 보며 말했다.

“이거 우리 장비로 씨름하느니 대형 센터로 넘기면 안 돼?”

“저쪽도 바로 읽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

미나는 환자와 함께 넘어온 기록을 다시 펼쳤다.

[골절 의심. 우측 손목 열상. 의식 명료. 출혈 조절.]

그 아래에는 손으로 적힌 메모가 있었다.

[기존 신경 보조 장치 사용 중. 구형 규격. 센트럴 장비와 직접 연동 확인 필요.]

골절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보조 장치였다. 출력이 어긋난 채 다리를 고정하면 이후 재활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미나는 구형 의료 장치 지원 목록을 불러왔다. 몇 개의 결과 가운데 낯익은 이름 하나가 보였다.

[구도심 서부 진료소]

미나의 손가락이 멈췄다.

“알아?”

직원이 옆에서 화면을 봤다.

“응.”

“그럼 거기부터 연락해볼까?”

화면 아래로 추가 정보가 떴다.

[현장 판독 권장, 원격 변환 불가]

미나는 한숨을 쉬었다.

“직접 가야겠네.”

“네가 가게?”

미나는 휴대용 스캐너를 가방에 넣었다.

“환자를 다시 옮기는 것보다 내가 가는 게 빨라.”

직원은 예약표를 확인했다.

“얼마나 걸릴 것 같아?”

“모르겠어. 왕복까지 하면 좀.”

“알았어- 오후 예약은 내가 조정해둘게- 오래 걸리면 연락만 해-”

미나가 가방 지퍼를 닫았다.

“고마워.”

“가- 여긴 내가 알아서 할게.”

미나가 센트럴 시티를 등지고 구도심 서부 진료소로 걸어가는 장면.

센트럴 시티를 벗어나자 도로의 모양부터 달라졌다. 배수망이 끝나는 지점을 지나며 반듯한 도로 위의 물자국은 패인 아스팔트 사이의 흙탕물로 바뀌었다.

미나는 차창 너머로 익숙한 길을 봤다. 어느 길은 비가 오면 미끄럽고, 어느 골목은 오후가 되면 그림자가 길어졌다. 어느 건물은 외벽보다 계단부터 무너졌다. 좋아했던 것도, 싫어했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알고 있었다. 차에서 내려 몇 블록을 걸어가자 글자 일부가 지워진 간판이 보였다. 그 아래에는 2층인데도 1층처럼 납작하게 구겨진 작은 건물 하나가 있었다.

[진료-]

문은 여전히 같은 방향으로 열렸다.

미나는 손잡이를 잡았다. 잠깐 멈췄다가 밀었다.

“누구야?”

안쪽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미나가 웃었다.

“환자.”

“목소리 멀쩡하다. 들어와.”

“왜.”

“진짜 환자면 벌써 앉으라고 했어.”

모린이 안쪽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희끗한 머리카락이 약간의 세월의 흔적을 드러낸 것 말고는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반가운 표정보다 먼저 그녀의 시선이 미나의 얼굴과 어깨, 손끝을 훑었다.

“살 빠졌네.”

미나의 웃음이 사라졌다.

“안 빠졌어.”

“볼부터 봐. 잘 먹는 얼굴이 아니야.”

“잘 먹어.”

“잘 먹는 사람은 대답이 그렇게 안 늦어.”

“보고 싶었다고 하면 안 돼?”

모린이 코웃음을 쳤다.

“보고 싶었으면 좀 오지.”

미나는 다가가 모린을 안았다. 모린의 손이 등을 두 번 두드렸다.

“등도 말랐네.”

“그만해.”

“밥은?”

“먹었어.”

“뭐.”

미나가 잠시 생각했다.

“샌드위치.”

“그걸 밥이라고.”

“센트럴에서는 밥이야.”

“그건 끼니가 아니라 버티는 거야.”

미나가 먼저 몸을 뗐다.

“일하러 왔어.”

“알아.”

“어떻게.”

“센트럴에서 연락 왔어.”

미나가 모린을 바라봤다.

“그럼 말하지.”

“네 입으로 일하러 왔다고 하나, 그냥 왔다고 하나 보려고.”

“성격 안 변했네.”

“너도.”

모린은 잠시 미나를 보다가 말했다.

“그건 다행이고.”

미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진료소 뒤쪽 창고에는 같은 규격을 읽을 수 있는 오래된 판독기가 남아 있었다. 미나가 전원을 연결하자 화면이 두 번 깜빡였다. 그리고 켜졌다.

“오, 살아 있네.”

“누가 관리했어?”

“내가. 안 쓰는 기계가 더 빨리 죽어.”

미나가 화면의 먼지를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거짓말.”

“왜.”

“이렇게 깨끗할 리가 없는데.”

“너 없으니까 내가 해야지.”

미나는 스캐너를 연결했다.

“그건 좀 미안하네.”

“조금?”

“조금.”

오래된 기록이 천천히 화면에 올라왔다. 출력값. 보정 이력. 신경 접속 부하. 미나는 필요한 데이터를 단말로 옮겼다.

[43%.]

[46%.]

[49%.]

그때 밖에서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났다.

쾅.

미나가 고개를 들었다.

“뭐야?”

“수리공.”

“뭐 고장 났어?”

“전력 분배기. 오늘 또 오기로 했지.”

미나의 시선이 창문 쪽으로 향했다. 외벽 옆에 누군가 쪼그려 앉아 있었다. 검은 재킷, 가방, 조금 흐트러진 검은 머리. 미나의 손이 멈췄다.

[57%.]

화면의 숫자도 멈춰 있었다. 아니, 순간 멈춘 것만 같았다.

[58%.]

밖의 남자가 몸을 일으키자 옆얼굴이 보였다. 미나는 숨을 들이마셨다.

모린이 물었다.

“왜?”

미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 순간 문이 열렸다.

“이거 여기 맞죠?”

목소리. 미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노아가 문 안으로 들어왔다. 손에는 오래된 전력 분배기 커버가 들려 있었다.

“또 그쪽이야?”

“접점 하나가 죽었어요.”

“또?”

“전에 갈아 끼운 게 규격이 안 맞아요.”

“지난번에도 그 접점 아니었어?”

“제가 한 거 아닌데요.”

“그럼 누가 손댔나 보네.”

“글쎄요.”

노아가 커버를 카운터 위에 올렸다.

“이번에는 맞는 걸로 가져왔어요.”

구도심 진료소 안에서 다시 만난 노아와 미나가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

노아가 고개를 들었다. 미나와 눈이 마주쳤다. 시간이 멈춘 것은 아니었다. 밖에서는 누군가 지나갔다. 오래된 환풍기가 돌아갔고, 멀리서 라디오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노아에게는 그 모든 소리가 한 걸음씩 멀어지는 것처럼 느껴졌다.

시야가 순간적으로 밝아졌다. 너무 밝았다.

흰색. 빛. 사람의 손. 붉은 얼룩, 피인지 녹인지 알 수 없었다. 누군가가 소리친다. 들리지 않는다. 손가락이 무언가를 잡고 있었다. 금속. 차갑다. 아프다.

그리고—

“노아.”

소리가 돌아왔다.

노아가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 손에 들고 있던 공구가 바닥에 떨어졌다.

챙.

미나가 한 걸음 다가왔다.

“괜찮아?”

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삐—

높은 소리가 귀 안쪽을 긁었다. 눈앞에는 미나의 얼굴이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아니, 그런 것 같았다.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무엇을 아는지는 알 수 없었다. 노아가 벽을 짚었다.

모린의 시선이 노아의 얼굴빛과 벽을 짚은 손 사이를 빠르게 오갔다. 모린은 이미 빈 의자를 발로 끌어당기고 있었다.

“앉아.”

“괜찮아요.”

“말은 나중에. 앉아.”

“잠깐.”

노아가 눈을 감았다. 빛은 사라졌지만 머리 안쪽은 뜨겁게 욱신거렸다. 미나가 그의 팔을 잡았다. 노아의 몸이 굳었다. 미나 역시 숨을 멈췄다.

손끝에서 시작된 감각이 팔을 타고 올라오는 것 같았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았다. 무언가가 너무 많았다. 전날 교차로에서 스쳐 지나간 희미한 감각과는 달랐다. 이번에는 너무 가까웠다. 노아에게서 무언가가 흘러드는 것 같았다.

아니, 흘러드는 게 아니었다. 남아 있었다.

오래전에 끊긴 것들이 겹겹이 쌓여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어져야 할 곳이 이어지지 않은 것처럼, 한쪽에서 시작된 무언가가 중간에서 잘려 나간 것처럼.

미나가 본능적으로 손에 힘을 주자 노아가 눈을 떴다. 그리고 미나의 손목을 잡았다. 강하게는 아니었지만 반사적인 움직임이었다. 미나는 그 동작을 알고 있었다. 노아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봤다. 왜 잡았는지 자신도 모르는 얼굴이었다.

미나가 다시 불렀다.

“노아.”

노아가 그녀를 바라봤다.

“네.”

미나는 입을 열었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노아가 먼저 물었다.

“저 알아요?”

미나는 그를 바라봤다.

몇 년 전과 같은 얼굴. 조금 더 마른 볼. 눈 아래 자리 잡은 옅은 그림자. 말을 들을 때 아주 조금 내려가는 고개. 눈빛만 달랐다. 자신을 알아보는 것이 없었다.

미나는 천천히 손을 뺐다.

“이름을 들은 적이 있어.”

“어디서요?”

“여기서.”

미나가 모린을 봤다. 모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노아도 그녀를 봤다.

“제 얘기 했어요?”

“했을 수도 있지.”

“했어요?”

“내가 하는 얘기 대부분이 사람 얘기인데.”

노아는 잠시 모린을 바라보다 다시 미나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래요?”

“응.”

노아의 눈이 조금 가늘어졌다.

“근데 왜 반말이에요?”

미나가 굳었다. 옆에서 모린이 입을 가렸다. 미나는 노아를 바라보다 아주 작게 웃었다.

“그러게.”

진료소 밖 전력 분배기를 수리하는 노아와 창문 안의 미나가 함께 보이는 장면.

노아는 진료소 밖 전력 분배기 앞에 앉았다. 손끝이 아직 조금 떨렸다. 드라이버를 돌렸다. 한 번. 두 번. 접점이 어긋난 배선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보자마자 어디가 문제인지 알았다. 이건 쉬웠다.

문제가 보였다. 끊어진 곳이 보였다. 고치면 됐다. 노아의 손이 멈췄다. 문 안쪽에서 미나의 목소리가 들렸다. 사람은 그렇지 않았다.

[100%.]

데이터 복사는 끝나 있었다. 미나는 화면을 보고 있었지만 아무것도 읽히지 않았다. 어느새 오른손은 스캐너 케이블을 세게 움켜쥐고 있었다. 모린이 옆에 섰다.

“오른손.”

“응?”

“힘 빼. 선 끊어진다.”

미나는 그제야 손에 들어간 힘을 풀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미나가 물었다.

“자주 와?”

“가끔.”

“여기서 일해?”

“아니. 저쪽 작업장.”

“언제부터.”

“꽤 됐지.”

미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너 몰랐어?”

미나가 모린을 봤다.

“알았어야 해?”

모린이 입을 다물었다. 밖에서 금속 커버가 닫히는 소리가 났다.

철컥.

“미나.”

“응.”

“너한테 말 안 한 건—”

“알아.”

미나가 잘랐다.

“왜 안 했는지 알아.”

“그래도.”

“괜찮아.”

모린은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 미나가 웃었다.

“정말이야.”

모린은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 문이 열렸다.

“됐어요.”

노아였다.

“이번엔 오래가겠지?”

“아마.”

“아마?”

“확실한 게 좋으면 새 걸 사세요.”

“새 거 살 돈 있으면 벌써 샀지.”

“그렇긴 하네요.”

“그러니까 오래가게 고쳐.”

노아가 한숨을 쉬었다.

“노력은 했어요.”

미나가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노아가 그녀를 봤다.

“왜요?”

“아무것도 아니야.”

노아는 또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 미나는 그 시선을 견뎠다. 잠깐이지만 예전 같았다.

모린이 안쪽으로 들어가자 둘만 남았다. 노아가 먼저 말했다.

“아까.”

“응.”

“제가 이상했죠.”

“조금.”

“원래 안 그래요.”

미나가 거의 웃을 뻔했다.

“원래 어떤데?”

노아는 잠시 생각했다.

“모르겠네요.”

“그건 알아.”

“뭐를요.”

“아무것도.”

노아가 미나를 바라봤다. 이번에는 가까웠다. 교차로에서는 뒷모습뿐이었다. 지금은 눈앞에 있었다.

“진짜 저 처음 봐요?”

미나의 손가락이 가방 끈을 조금 세게 잡았다.

“왜?”

“처음 보는 사람 같지가 않아서.”

잠시 뒤 노아가 덧붙였다.

“근데 기억은 안 나고.”

미나의 표정이 아주 조금 변한 걸 노아가 알아봤다.

“제가 이상한 말 했어요?”

“아니.”

“그럼 왜.”

“그냥.”

노아가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

“그 말 많이 쓰네요.”

“너도.”

또 반말이었다. 이번에는 둘 다 지적하지 않았다.

미나가 먼저 문 쪽으로 걸었다.

“나 가야 돼.”

“센트럴?”

미나가 멈췄다.

“어떻게 알았어?”

노아도 잠시 멈췄다.

“몰라요.”

“뭐?”

“그냥 그렇게 보여서.”

미나는 웃지 못했다. 노아 역시 자신이 왜 그렇게 말했는지 모르는 얼굴이었다.

밖은 해가 거의 지고 있었다. 미나는 진료소 앞의 낮은 턱을 내려 도로 쪽으로 나섰다.

빠르게 지나가는 화물 카트를 피해 노아가 미나를 안쪽으로 끌어당기는 장면.

그때 옆 골목에서 화물 카트 하나가 빠르게 돌아 나왔다. 경고음이 늦게 울렸다. 미나가 고개를 돌렸다. 그보다 먼저 노아의 손이 움직였다. 팔을 잡아 자신 쪽으로 끌었다. 카트가 바로 앞을 스쳐 지나갔다. 미나의 어깨가 노아의 가슴에 부딪혔다.

둘 다 멈췄다.

노아가 먼저 손을 놓았다.

“죄송해요.”

미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그 동작, 팔을 잡는 위치, 자신을 먼저 안쪽으로 보내는 방식, 이럴 때마다 자신보다 먼저 움직이던 것까지. 예전과 너무 같았다.

노아는 카트가 사라진 방향을 보며 말했다.

“운전 진짜 못하네.”

미나는 그를 바라봤다.

“왜요?”

“아니.”

미나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센트럴로 돌아가는 동안 미나는 창밖만 바라봤다. 환자의 데이터는 정상적으로 저장돼 있었다. 해야 할 일은 끝났는데 머릿속에는 다른 것만 남아 있었다.

노아의 얼굴. 목소리. 자신을 끌어당기던 손.

그는 기억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의 몸은 기억하고 있었다. 미나는 조금 전 노아가 잡았던 팔을 내려다봤다. 아무 흔적도 없었다.

노아는 진료소 앞 낮은 턱에 걸터앉아 있었다. 모린이 옆에 와서 음료 캔 하나를 건넸다. 노아가 받아 든 캔이 손안에서 조금 구겨졌다.

“손 힘 빼봐.”

“왜요.”

“아까 휘청였어.”

“지금은 괜찮아요.”

“그건 네 말이고. 풀어봐.”

노아가 손가락에 들어간 힘을 천천히 풀었다. 모린은 손끝과 얼굴을 번갈아 봤다.

“어지러운 건?”

“없어요.”

“눈앞 흐려지는 건.”

“없고요.”

모린이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마셔.”

노아가 캔을 열었다.

칙.

잠시 뒤 노아가 말했다.

“오늘따라 다들 저한테 괜찮냐고 묻네요.”

“또 누가.”

노아는 잠시 생각했다.

“미나요.”

모린의 시선이 아주 조금 굳었다.

“저 여자, 저 알아요?”

모린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왜.”

“처음 보는 사람 같지가 않아요.”

모린은 잠시 골목 끝의 센트럴 시티 불빛을 바라봤다.

“그럴 수도 있겠네.”

“그게 무슨 뜻인데요.”

모린은 잠시 노아를 봤다.

“오늘은 그만 생각해.”

“대답은요?”

“나중에.”

모린이 캔을 가리켰다.

“마셔. 그리고 밥 먹어.”

삐—

아주 희미한 이명이 다시 울렸다. 그 순간 짧은 문장이 떠올랐다. 기억인지 생각인지 알 수 없었다.

—끊어야 해.

노아의 손이 멈췄다. 그걸 본 모린이 물었다.

“왜?”

무엇을? 왜? 누구를 위해서? 아무것도 이어지지 않았다. 몇 초 뒤 이명은 사라졌다. 노아는 캔을 내려다봤다.

“아니에요.”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한 모금 마셨다.

End tr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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