챕터 06

AFTER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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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nset Rooftop

작업장에서 노아가 중계기를 수리하고 남자가 옆에서 지켜보는 아침 장면.

“그거 반대로 돌리고 있어.”

노아의 손이 멈췄다. 드라이버 아래의 나사는 풀리기는커녕 더 단단히 조여져 있었다.

“아.”

작업대 맞은편에서 렌의 시선이 노아보다 먼저 나사 머리와 드라이버 끝을 훑었다.

“손이 먼저 나간다. 오늘 어디 아프냐?”

“아니.”

“아침부터 십이 분이나 일찍 와서 이러고 있으면 아픈 거지.”

노아가 고개를 들었다.

“그게 아픈 거랑 무슨 상관인데.”

“너한테는 있어.”

렌이 중계기를 노아 쪽에서 끌어왔다.

“그리고 어제 진료소에서 휘청했다며.”

노아의 시선이 멈췄다.

“누가 그래.”

“진료소에서 연락 왔어.”

“안 쓰러졌어.”

“벽 짚었다며.”

“잠깐 어지러웠어.”

“그러니까 검사부터.”

노아가 중계기를 다시 가져오려 했다. 렌이 몸으로 막아서며 말했다.

“일해야 돼.”

“오늘은 그게 일이다.”

“뭔데.”

“병원.”

“싫어.”

“그럼 진료소.”

“더 싫어.”

렌이 노아를 한 번 봤다.

“그래.”

“뭐가.”

“아무것도.”

노아가 인상을 찌푸렸다.

“뭔가 아는 거 있지.”

“뭘.”

“어제.”

렌은 대답하지 않았다.

노아가 잠깐 망설였다.

“……미나.”

이름을 입 밖에 내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처음 부르는 이름인데, 입에는 익었다.

렌이 의자를 당겨 앉았다.

“그래서.”

“알아?”

“알지.”

“나랑 무슨 사이였어.”

렌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그건 내가 말할 얘기가 아니야.”

“왜.”

“네 기억이잖아.”

“근데 내가 모르잖아.”

“그래도.”

노아가 그를 바라봤다.

“말 안 해줄 거네.”

“응.”

“왜.”

“그건 네가 직접 알아야지.”

렌이 노아의 목덜미 아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대신 이건 확인해.”

“뭐.”

“어제 네가 휘청한 거.”

노아는 손을 들어 목 뒤를 만졌다.

진료실에서 검사 담당자가 노아의 Neural Veil 상태를 판독하는 장면.

“고개 조금 더 숙이시고.”

노아의 이마와 쇄골 아래에는 얇은 센서 패치가 붙어 있었다. 패치에서 나온 가느다란 선 두 개가 옆의 판독 장치로 이어졌다.

노아가 고개를 숙였다.

검사 담당자가 목덜미 아래의 작은 인터페이스에 얇은 디스플레이형 판독기를 가져다 댔다. 척추가 목에서 등으로 넘어가는 자리였다. 평소에는 옷깃 아래 가려져 있었다.

찰칵. 짧은 진동. 화면에 항목들이 올라왔다.

[NEURAL VEIL(뉴럴 베일)]

[ACTIVE(활성)]

[BASELINE INTEGRITY(기본 통합 상태) — NORMAL(정상)]

[NEURAL STABILITY(신경 안정성) — NORMAL(정상)]

[PHYSIOLOGICAL SUPPORT(생체 보조 기능) — NORMAL(정상)]

노아가 말했다.

“정상이네요.”

검사 담당자는 대답하지 않고 화면을 아래로 내렸다.

[INTEGRATION STATUS(통합 상태) — STABLE(안정)]

[MAINTENANCE ACCESS(유지보수 접근) — AVAILABLE(가능)]

그리고 손이 멈췄다. 노아가 물었다.

“왜요.”

“잠시만요.”

검사 담당자가 화면을 위로 올렸다가 다시 내렸다. 한 번 더.

“문제 있어요?”

“현재 상태는 정상이에요.”

“그럼 됐네요.”

“현재는요.”

노아가 그녀를 바라봤다. 화면 한쪽이 확대됐다.

[LEGACY CONNECTION HISTORY(과거 연결 이력)]

[PARTIAL DATA(일부 기록만 존재)]

[INTEGRITY(무결성) — UNRESOLVED(판정 불가)]

“저게 뭔데요.”

“예전 연결 기록이에요.”

“뭐가 이상해요?”

검사 담당자는 잠시 화면을 바라봤다.

“일부가 없어요.”

“오래된 기록이면 그럴 수도 있잖아요.”

“그럴 수는 있죠.”

그녀가 다른 항목 몇 개를 확인했다.

“그런데 보통은 기록 일부가 손상되거나 읽을 수 없게 남아요.”

“이건요?”

“중간이 비어 있어요.”

노아의 표정이 조금 굳었다.

“무슨 차이인데요.”

“연결 흔적은 남아 있는데, 중간 기록만 도려낸 것처럼 비어 있어요.”

“연결된 대상은요?”

“여기서는 확인 안 돼요.”

노아가 화면을 바라봤다.

[PARTIAL DATA(일부 기록만 존재)]

“Neural Veil은 원래 이런 것도 기록해요?”

“몸 안에서 다른 시스템하고 연결되면 기본적인 이력은 남아요.”

“다른 사람하고도?”

검사 담당자가 이번에는 노아를 봤다.

“보통은 사람 대 사람 연결로 기록되지는 않아요.”

“그럼 어떤 식인데요.”

“장비, 의료 시스템, 유지보수 인터페이스 같은 거요.”

그녀는 판독기를 조금 움직였다.

“Neural Veil은 태어난 직후 거의 누구나 이식받아요. 그 뒤 성장에 따라 신경계랑 같이 자리 잡는 건 알고 있죠?”

“네.”

“대부분은 몸 상태를 읽고 필요한 만큼 보조하는 정도예요. 평생 그것 말고는 의식할 일도 없고요.”

노아가 다시 화면을 봤다.

“근데 제 건 연결된 적이 있고.”

“기록상으로는요.”

“뭔지는 모르고.”

“네.”

“언제인지도.”

“지금 장비로는요.”

노아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검사 담당자가 판독기를 떼려 하자 노아가 물었다.

“기억하고도 관계가 있어요?”

손이 멈췄다.

“Neural Veil이 기억을 저장하는 기능의 장치는 아니에요.”

“그럼요?”

“다만 신경계하고 같이 자라는 구조니까.”

그녀는 판독기를 떼어내며 말을 이었다.

“완전히 관계없다고도 못 하죠.”

노아는 목덜미를 만졌다. 아무 느낌도 없었다. 어제 미나를 봤을 때와 달랐다.

“정밀 검사 받아야 해요?”

“권할 수는 있어요.”

“꼭?”

“현재 수치만 보면 꼭은 아니고요. 대신 어제 같은 증상이 다시 생기면 바로 오세요.”

“왜요.”

“원인을 모르니까요.”

노아가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럼 지금은 안 할게요.”

검사 담당자가 작게 웃었다.

“그럴 것 같았어요.”

“왜요.”

“표정이 그래요.”

노아가 잠시 그녀를 봤다.

“원래 이래요.”

“그 말 자주 쓰죠?”

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근데 너 오늘따라 한 박자씩 늦는 거 알아?”

미나가 고개를 들었다.

“내가?”

“아침부터 세 번째야- 불러도 반응 없는 거.”

“멀쩡한데.”

“응- 그 말도 환자들 단골 멘트고-”

미나가 웃었다.

“직업병이야?”

“동료병. 네가 만들었어.”

직원은 미나의 화면을 턱으로 가리켰다.

전날 구도심에서 가져온 데이터는 이미 정상적으로 변환돼 있었다. 환자의 보조 장치 출력값과 보정 이력도 치료 계획에 반영된 뒤였다. 해야 할 일은 끝났다. 미나는 화면을 닫았다.

“잠깐 나갔다 올게.”

“어디 가-”

“바람.”

직원은 잠깐 미나를 보더니 예약표를 확인했다.

“십오 분 정도는 괜찮아-”

“응.”

“다녀와-”

저녁빛이 남은 센트럴 시티 옥상에서 미나가 도시를 바라보는 장면.

옥상 문을 열자 아직 저녁빛이 남아 있었다.

해는 건물 사이로 거의 내려간 뒤였다. 빛의 근원은 보이지 않았지만 하늘에는 옅은 주황색과 보랏빛이 길게 남아 있었다.

미나가 난간 가까이에 서자 바람이 머리카락을 뒤로 넘겼다. 전날의 일이 떠올랐다.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던 노아의 눈.

‘처음 보는 사람 같지가 않아서.’

그리고 자신을 잡아당기던 손. 미나는 팔을 내려다봤다. 아무 흔적도 없었다.

노아를 다시 만나면 어떤 기분일지 예전에는 여러 번 상상했다. 화가 날 거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고, 울 것 같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아무렇지 않은 척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실제로는 그 어느 것도 아니었다. 너무 익숙한 사람이 자신을 낯선 사람처럼 바라봤다. 그런데 몸은 예전과 똑같이 움직였다.

미나는 눈을 감았다.

어제 노아에게 닿았을 때의 감각도 아주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끊겨 있었다. 하지만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끊어진 양쪽에 아직 무언가가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미나는 눈을 떴다.

해는 이미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하늘에는 아직 색이 남아 있었다.

“어때.”

작업장으로 돌아오자 렌이 물었다.

“정상이래.”

“끝?”

노아가 가방을 내려놨다.

“아니. 옛날 연결 기록 일부가 없대.”

렌의 손이 잠깐 멈췄다. 노아가 그걸 봤다.

“뭔데.”

“뭐가.”

“방금.”

렌은 다시 손을 움직였다.

“처음 듣는 얘기라서.”

노아는 잠시 그를 바라봤다.

“알고 있지.”

“뭘.”

“그거.”

“몰라.”

노아가 눈을 가늘게 떴다.

“진짜?”

“응.”

렌은 더 설명하지 않았다.

노아도 잠시 말이 없었다. 그러다 자기 단말을 꺼냈다.

“연락처 알아?”

“누구.”

노아는 대답하지 않았다.

렌이 손을 멈추고 그를 한번 봤다.

“미나?”

“알아?”

“알지.”

“줘.”

“직접 연락하게?”

“응.”

“뭐라고.”

노아는 대답하지 못했다. 자신을 기억하는 사람. 자신은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 가까이 있으면 머리가 아파지는 사람. 그런데도 다시 보고 싶은 사람.

“모르겠어.”

렌은 잠시 노아를 보다가 단말을 들었다. 잠시 뒤 노아의 화면이 울렸다.

해 질 무렵 각자의 장소에서 단말로 연락을 주고받는 노아와 미나의 장면.

[CONTACT RECEIVED(연락처 수신)] [Mina(미나)]

노아는 이름을 바라봤다.

“고마워.”

“노아.”

“왜.”

“연락처만 준 거다.”

노아가 렌을 봤다.

“알아.”

“그럼 됐어.”

미나는 옥상에서 내려가려던 참이었다.

손목 단말이 울렸다.

[새 메시지]

발신자를 보자 움직임이 멈췄다.

[Noah]

미나는 몇 초 동안 열지 않았다. 그리고 눌렀다.

[저 노아인데요.]

미나가 아주 조금 웃었다. 정말 노아다운 문장이었다. 답장을 썼다.

[알아.]

잠시 바라보다 지웠다.

[응.]

다시 지웠다. 결국 처음으로 돌아갔다.

[알아.]

전송.

답장은 생각보다 빨랐다.

[내일 시간 있어요?]

미나는 화면을 오래 바라봤다. 하늘 끝에 남아 있던 빛이 조금씩 사라지고 있었다.

그리고 답했다.

[있어.]

해는 이미 졌다. 그런데도 한동안 하늘에는 아직 색이 남아 있었다.

End tr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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