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이랬어요?”
아내는 옆에 앉은 남편을 한번 보고 모린을 보며 대답했다.
“사흘…… 아니, 나흘 전부터요. 잠을 자꾸 깨요. 처음에는 그냥 피곤한 줄 알았는데.”
“본인은요?”
“괜찮습니다.”
모린은 남편의 오른손을 봤다.
검지가 엄지 끝을 일정하게 두드리고 있었다.
톡. 톡. 톡.
“그건 언제부터예요?”
남편은 자기 손을 내려다보고 서둘러 주먹을 쥐었다. 그제야 움직이고 있다는 걸 알아챈 얼굴이었다.
“모르겠습니다.”
“어제부터요.”
아내가 대신 대답했다.
그 뒤의 기본 검사는 특별할 것이 없었다. 심박은 조금 빨랐지만 위험할 정도는 아니었고, 체온과 호흡도 정상 범위였다. 두통이나 흉통 같은 뚜렷한 증상도 없었다. 문제는 검사 사이사이에 나타났다.
모린이 펜라이트로 시선 반응을 확인하던 중 빛을 옮기기 전에 시선이 먼저 움직였고, 모린이 팔을 확인하려 손을 뻗기도 전에 남편이 먼저 팔을 뒤로 뺐다. 한 번은 우연일 수 있었다. 두 번째도 반사 신경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세 번째가 나오자 모린은 검사를 멈췄다.
“요즘 집에서도 이래요? 반응이 이상하게 빠른데.”
아내가 잠시 망설이다 말했다.
“네. 거의 보지도 않고 물건 떨어지기 전에 잡고, 어깨에 손대기도 전에 움츠려요.”
“그 정도는 우연이지.”
남편이 말했다.
아내는 그를 보다가 덧붙였다.
“그리고 내가 말하기 전에 알아.”
“뭘.”
“내가 뭘 물어볼지. 뭘 하려고 하는지.”
남편이 얼굴을 찌푸렸다.
“같이 산 지 십 년인데 그 정도는 알지.”
“그런 게 아니잖아.”
모린은 둘의 말을 끊지 않았다. 각각 따로라면 설명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며칠 사이 서로 다른 반응이 모두 같은 방향으로 겹치고 있었다.
일이 벌어진 뒤가 아니라, 벌어지기 전에 몸이 먼저 움직였다.
모린이 물었다.
“혹시, Neural Veil 마지막으로 점검한 게 언제예요?”
남편은 잠시 생각했다.
“몇 년 됐을 겁니다.”
“결혼 전이요.”
아내가 말했다.
“십 년은 넘었네요.”
“문제 없었으니까요.”
모린은 오래된 Neural Veil 판독기를 꺼냈다. 센트럴 장비보다 정밀하지는 않았지만, 남편의 예전 기록 대부분이 같은 장비로 남아 있었다. 지금 상태가 평소와 다른지를 비교하기에는 그쪽이 더 중요했다.
“문제 없었으니까 점검 안 받은 거죠?”
남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보통이에요. 대부분은 Neural Veil을 의식할 일이 거의 없어요.”
모린은 센서를 붙였다.
“보통은 몸에 변화가 생기면 Veil이 그걸 읽고 필요한 만큼 보조해요.”
아내가 물었다.
“그럼 지금은요?”
“아까부터는 순서가 이상해요.”
화면에 기준선이 올라왔다.
[BASELINE SCAN(기준선 스캔)]
처음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 모린이 물었다.
“방금 무슨 생각 했어요?”
“네?”
“바로 직전에요.”
남편은 잠시 생각했다.
“집에 가야겠다고.”
“왜요?”
“내일 일이 있어서요.”
파형 하나가 움직였다. 아주 짧은 간격 뒤에 다른 생체 신호가 따라왔다.
모린의 시선이 멈췄다.
질문을 바꿔 두 번 더 확인했다. 세 번 모두 파형의 모양은 달랐지만, 두 신호가 하나의 기준으로 안정되지 않는다는 점은 같았다.
[NEURAL VEIL BASELINE(뉴럴 베일 기준선) — INCONSISTENT(불일치)]
센서 상태는 정상이었다. 모린은 기록을 저장했다.
“뭐가 나왔습니까.”
“평소하고 다른 반응은 있어요.”
“고장 난 겁니까?”
“아직 그렇게 단정할 수는 없어요.”
모린은 화면을 한번 더 봤다.
오래된 장비만으로는 이 이상이 환자에게서 나온 것인지, 판독기의 한계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센트럴 쪽 정밀 판독과 비교해볼게요.”
남편의 표정이 굳었다.
“거기까지 갈 정도입니까?”
“지금 당장 센트럴로 가라는 뜻은 아니에요. 정밀 장비에서도 같은 반응이 나오는지 확인해야 해요.”
모린은 판독기를 끄고 남편의 얼굴을 봤다.
“그리고 오늘도 일했어요?”
“네.”
아내가 바로 말했다.
“두 시간 자고 나갔어요. 점심도 안 먹었고요.”
남편이 얼굴을 찌푸렸다.
“일이 있었으니까.”
“내일은 가지 마요.”
모린의 말에 남편이 바로 고개를 들었다.
“그건 어렵습니다.”
“왜요.”
“제가 맡은 일이 남아 있습니다.”
“하루 빠지면요?”
잠시 침묵.
“제가 빠지면 다른 사람이 해야 합니다.”
모린은 그 대답을 기억해뒀다. 앞선 질문들보다 훨씬 빠르고 망설임이 없었다.
“오늘은 집에 가서 쉬어요. 상태 나빠지면 바로 오고.”
“검사는요?”
“내가 센트럴 쪽으로 요청 넣을게요.”
남편은 여전히 화면을 보고 있었다.
“비용이—”
“그 얘기는 결과 나오고 해요.”
모린은 단말을 당겨왔다.
“오늘 밤에 열이 나거나, 숨이 갑자기 빨라지거나, 걷는 게 이상해지거나, 의식이 흐려지면 바로 와요. 기다리지 말고.”
아내가 고개를 끄덕였다. 남편은 여전히 화면을 보고 있었다. 모린이 말했다.
“들었어요?”
“네.”
“뭐라고 했는데요.”
남자가 잠깐 멈췄다.
“상태 나빠지면 다시 오라고.”
“맞아요.”
모린은 남편의 손을 봤다. 검지는 이제 움직이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은 혼자 있지 마세요.”
이번에는 아내가 먼저 대답했다.
“제가 같이 있을게요.”
“좋아요.”
남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순간 몸이 아주 조금 흔들렸다. 아내가 팔을 잡으려 했다. 남편은 손이 닿기도 전에 한 발 옆으로 움직여 균형을 잡았다. 모린의 표정이 굳었다.
남편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괜찮습니다.”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문이 닫힌 뒤에도 모린은 한동안 화면을 보고 있었다.
조금 전 저장한 Neural Veil 기록. 파형 두 개. 겹쳤다가 벌어지고, 다시 겹쳤다가 벌어지는 움직임. 기계 오류나 센서 문제일 수도 있었다. 이 장비는 오래됐다. 그녀는 센서를 자기 목 뒤에 붙였다.
[BASELINE SCAN(기준선 스캔)]
정상. 모린의 기준선은 완전히 일치했다. 다른 센서도 동일했다. 남자의 기록과는 엄연히 달랐다.
“젠장.”
진료실 바깥에서 약품 상자를 정리하던 동료가 고개를 내밀었다.
“무슨 일인데 그래.”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것도 아닌 얼굴 아닌데.”
“센트럴에 검사 하나 보낼 거야.”
“응급인가?”
“아직 아니야.”
“아직이라니?”
모린은 화면을 한번 더 봤다.
“그게 문제지.”
동료가 다가왔다.
“뭔데 그래.”
“반응이 먼저 나와.”
“반응? 뭐보다?”
“자극보다.”
상대는 이해하지 못한 얼굴이었지만 모린은 설명하지 않았다. 그녀도 아직 설명할 수 없었다. 대신 의뢰서를 열어 항목을 하나씩 채웠다.
[REMOTE CONSULT REQUEST(원격 협진 요청)]
[PRIMARY SYMPTOMS(주요 증상)] 수면 장애. 비자발적 반복 운동. 반응 시점 이상. 일시적 균형 이상. 통증 자각 지연.
잠시 멈췄다.
마지막 항목은 지웠다. 아직 통증 검사는 하지 않았기에 추측을 넣으면 안 됐다.
[NEURAL VEIL BASELINE(뉴럴 베일 기준선)]
[INCONSISTENT(불일치)]
그녀는 다시 화면을 봤다. 불일치. 그 말도 정확하지 않았다. 서로 다른 값이 나온 게 아니었다. 같은 사람에게서 기준이 하나로 붙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말을 넣을 수는 없었다.
[REQUEST(요청)]
[DETAILED NEURAL VEIL ASSESSMENT(뉴럴 베일 정밀 평가)]
[ON-SITE SUPPORT PREFERRED(현장 지원 권장)]
전송 버튼 위에서 손이 멈췄다.
센트럴로 보내면 환자를 그쪽으로 보내는 게 보통이었다. 장비도 많고 인력도 많았다. 그런데 오늘 남자는 이동 자체가 부담이었다. 증상이 심해지면 더 부담이 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센트럴 장비만으로는 이 진료소에 쌓인 이전 기록과 같은 조건으로 비교하기 어려웠다.
그녀는 한 줄을 덧붙였다.
[LEGACY READER DATA REQUIRES LOCAL COMPARISON(구형 판독 데이터 현장 비교 필요)]
그리고 전송했다.
모린은 의자에서 일어났다. 문밖에서 동료의 목소리가 들렸다.
“밥은 드셨어?”
그녀가 대답했다.
“아직.”
“어이쿠, 어쩌다가.”
“바빴잖아.”
모린은 잠깐 입을 다물고는 혼잣말을 했다.
“……누가 누구한테 뭐라 할 처지는 아니네.”
그녀는 잠깐 서 있었다. 그러다 약품 서랍에서 영양바 하나를 꺼내 뜯었다. 두 입 먹고 다시 화면을 봤다. 환자의 기록은 아직 열려 있었다. 오른손 검지가 움직이는 작은 영상이 자동으로 첨부돼 있었다.
톡. 톡. 톡.
그녀는 재생을 멈췄다.
센트럴 진료소의 오전 일정은 이미 두 번 바뀌어 있었다. 접수대 직원은 화면 한쪽의 환자를 다른 시간대로 밀어놓고 빈칸에 새 예약을 넣었다.
“열한 시 반 두 명 겹친다-”
“그럼 한 명 열한 시 사십오 분으로.”
“점심은?”
“십오 분이면 먹지.”
직원이 미나를 봤다.
“먹는다는 기준이 나랑 다른 것 같은데-”
미나가 직원 옆으로 다가와 환자 기록을 넘겼다.
“오후 셋은?”
“검사실 잡혀 있어-”
“그럼 네 시.”
“그 사람 한 시간짜리야-”
“왜.”
“말 많아-”
미나가 화면에서 시선을 들었다.
“그게 예약 시간하고 무슨 상관인데.”
“해보면 알아-”
미나가 웃었다.
그때 화면 오른쪽 아래에 새로운 표시가 떴다.
[REMOTE CONSULT REQUEST(원격 협진 요청)]
직원이 기록을 열었다.
“어- 현장 지원 요청이네.”
미나가 화면 쪽으로 몸을 조금 기울였다.
“누가 보냈는데.”
직원이 발신 기관을 확대했다.
[OLD DISTRICT WEST CLINIC(구도심 서부 진료소)]
미나는 말이 없었다. 직원이 그녀를 한번 봤다.
“저번 거기지?”
“응.”
“그럴 줄 알았어-”
“왜.”
“표정-”
미나는 화면으로 시선을 돌렸다.
“무슨 환자인데.”
“잠깐-”
직원이 항목을 내려갔다.
“수면 장애. 반복 운동. 균형 이상…… Neural Veil baseline 불일치-”
미나의 표정이 조금 바뀌었다.
“불일치?”
“응-”
“장비 오류 아니고?”
“그래서 현장 비교 요청한 것 같은데.”
직원이 첨부 기록을 열었다. 두 개의 파형이 화면에 나타났다. 겹쳤다 벌어졌다를 반복했다.
미나는 가까이 봤다.
“이거 재검했대?”
“세 번-”
“센서는.”
“자체 검사 정상-”
직원이 다음 항목을 읽었다.
“구형 판독 데이터라 현장 비교 필요-”
미나가 말했다.
“내가 갈게.”
직원이 바로 고개를 들었다.
“뭐?”
“현장 지원.”
“잠깐. 아직 배정도 안 했는데?”
“그러니까 나한테 해.”
직원은 미나를 몇 초 봤다.
“내일 오전?”
“오늘.”
“오늘?”
“응.”
직원은 일정표를 열었다.
“오늘 오후 세 시 검사 있고, 네 시에 말 많은 사람 있고, 다섯 시 반—”
“세 시 검사 바꿀 수 있잖아.”
“누구랑.”
“지연 씨.”
“지연 씨 어제 당직이었어-”
미나가 잠깐 멈췄다.
“그럼 네 시를 내일로.”
“그 말 많은 사람?”
“응.”
“일정 바뀐 걸로 또 한참 얘기하겠네- 30분 추가될 걸?”
“미안하다고 해줘.”
직원이 한숨을 쉬면서 일정을 옮겼다.
“다섯 시 반은 못 빼-”
“그 전에 올게.”
“센트럴에서 서부 갔다가 검사하고 돌아오는데?”
“해볼게.”
직원이 미나를 봤다.
“그 말 싫다-”
“왜.”
“넌 해볼게라고 하면 억지로라도 하잖아.”
미나는 가방을 당겨왔다. 직원이 다시 기록을 봤다.
“근데 이거 응급은 아닌 거 알지?”
“알아.”
“그러니까 오늘 꼭 갈 필요는 없고-”
미나는 잠깐 화면을 바라봤다. 같은 사람에게서 나온 두 파형. 겹쳤다가 떨어지는 선.
“응.”
“그런데 왜 오늘?”
미나는 가방 지퍼를 닫았다.
“직접 봐야 알 것 같아서.”
직원이 미나를 바라봤다.
“그 말 어디서 많이 들었는데.”
“뭐가.”
“직접 봐야 안다는 거-”
미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단말에 현장 지원 일정이 들어왔다.
[OLD DISTRICT WEST CLINIC(구도심 서부 진료소)]
[14:10]
미나는 화면을 잠깐 바라봤다. 서부 진료소로 돌아가는 건 생각보다 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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